코리아나 소식
<미술관에서 향기를 눈으로 보다>
코리아나미술관 [\]쉘 위 스멜[\]전
아기의 향긋한 젖냄새, 소나기가 후두둑 떨어지는 여름날 땅에서 올라오던 비 냄새, 법당에서 피어오르는 향불 냄새, 마들렌 과자를 차에 적셔 먹다가 그 과자냄새로 어린 시절을 더듬어보는 남자주인공이 등장하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냄새는 우리 기억 속에 잠자던 이미지를 깨우는 열쇠다. 향기와 냄새를 시각적 이미지로 재현해낸 현대미술 작품들은 그래서 복잡한 설명이 없어도 직관적으로 이해된다.
신사동에 자리잡은 코리아나미술관 스페이스씨에서 향기를 주제로 한 현대미술 작품을 모은 기획전시 [\]쉘 위 스멜(Shall We Smell)[\]을 6일 개막한다.
입구에 설치된 향수를 맡는 것으로 전시 관람이 시작된다. 박성원은 향수병을 확대하고 왜곡한 유리조각 작품들을 계단과 난간 위에 붙여놓았고, 그 배경이 되는 벽면에는 작가 유현미가 흐릿한 은빛 글씨로 향기와 관련된 시를 적었다.
옆 방에는 무용수의 몸짓을 향이 피어오르는 이미지처럼 묘사하고 소리까지 곁들인 강은수의 영상이 자리잡았고, 다음 방에는 이혜림이 샤넬, 디오르 등 유명 브랜드 향수병 안에 여성의 육감적인 신체부위를 집어넣은 영상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김치, 콜라, 커피, 고깃덩어리 등 냄새나는 물건들을 전시하면서 글씨와 함께 보여주는 박상현의 작품에 이어서는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을 소재로 김진란이 만든 비누 관(棺)을 볼 수 있다.
비누는 희생자들의 기름으로 만들어지기도 했으며 무엇인가를 씻어내고 정화하는데 사용되는 물체. 수용소에 끌려갔던 아들을 기다리면서 어머니가 불렀던 노래가 비누 향기 속에서 전시장에 퍼진다.
지하층에는 김세진이 행인들과 체취에 대한 인터뷰를 해서 만든 영상작품과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에 나오는 조향사의 방을 연상하면서 손정은이 만든 실험실이 설치됐다.
대만작가 린지운팅은 꽃의 향기에 이끌리는 나비의 모습을 담은 인터랙티브 영상 작품을 내놓았다. 리경은 향기를 종교적으로 해석, 예수의 모습을 연기 속 레이저 영상으로 보여주는 작품을 전시 마지막 코너에 설치했다.
화장품 회사가 만든 미술관답게 향기를 소재로 현대미술을 쉽게 소개하는 전시다. 마침 같은 건물내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향, 오감만족[\]전에서는 전통의 향기를 즐길 수 있다.
코리아나 미술관 유승희 부관장은 "후각은 시각에 비해 평가절하돼왔다"며 "이번 전시는 인간의 본성과 문화, 시대정신을 [\]향과 냄새[\]라는 창틀을 통해 들여다보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11월3일까지. ☎02-547-9177.
2007.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