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나 소식
과자·생필품도 ‘예술’을 입는다
기술 + 예술 ‘데카르트 마케팅’ 열풍
주부 윤모(32)씨는 세면대에 놓인 반 고흐의 그림으로 포장된 고급 비누로 손을 씻는다. 앙드레 김이 디자인한 냉장고에서 신선한 과일을 꺼내, 사진작가 김중만의 사진으로 코팅된 접시에 담는다.
과일을 먹은 윤씨는 모네의 그림이 그려진 벽시계에서 시간을 확인한 뒤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이 그려진 팩트로 화장을 마무리하고 쇼핑에 나선다.
전철안에서 윤씨는 ‘이노 디자인’과 레인콤이 함께 만든 ‘이노 아이리버’를 통해 음악을 듣는다. 이날 한 백화점이 개최하고 있는 ‘생활 속 고미술’전을 관람했다.
윤씨의 생활반경에는 이처럼 ‘명화(名畵)’ 등 예술작품이 곳곳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그 이유는 기업들이 이른바 ‘데카르트(Techart) 마케팅’의 범위를 확산시키고 있기 때문. 데카르트 마케팅은 ‘기술(Tech)’과 ‘예술(Art)’의 결합을 의미한다.
조지알마니가 디자인한 벤츠 조지알마니 버전, 독일 패션디자이너 질샌더가 디자인한 푸마 운동화 등이 발단이 됐지만 최근에는 가전제품, 화장품, 생활용품, 과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생활속에서 제품을 통해 예술에 대한 충족을 얻고, 기업들은 제품 이미지 상승효과를 얻게 된다.
애경이 내놓은 프리미엄 브랜드인 ‘케라시스 비누’는 최고급 향수를 적용한 프리미엄 비누에 걸맞게 제품 디자인에 구스타프 클림트의 ‘여자 친구들’ ‘부채를 든 여인’, 반 고흐의 명화 ‘아이리스’ 등 유명화가의 작품을 활용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비누 각각에 화가의 작품을 디자인하고, 4개를 한 상자에 넣은 케이스에도 명화를 그려넣었다.
코리아나화장품은 아이섀도와 립파레트 케이스 등에 클림트의‘기다림’ ‘처녀들’을 인쇄한 팩트를 선보였으며, 제니스웰 브랜드에 극사실화 작가인 이사라씨의 작품을 제품 패키지에 표현했다. 과자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해태제과는 ‘오예스’ 업그레이드 제품인 ‘생(生) 오예스’상자안에 국내 유명화가의 명화엽서를 동봉했다.
소비자들의 예술적 욕구를 움직이는 것은 제품뿐만 아니라 백화점 등의 미술장식품도 한몫한다. 올 2월 개관한 신세계 본관은 리노베이션 공사를 통해 350억원 상당의 미술작품을 수집, 전시해 화제가 됐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에 있는 생활용품 편집매장 ‘티오도’는 팝 아트의 대가인 앤디워홀의 작품이 프린트된 손목시계를 내놓아 큰 인기를 모았다. 또 롯데백화점 본점에선 밀레의 이삭줍기가 그려진 풍년 압력밥솥이 인기를 끌었다.
‘데카르트 마케팅’은 건설업계에도 적용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이른바 ‘데카르트 아파트’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는 건설업체들이 원가를 낮추는 기술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럭셔리한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는 예술적 감각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품질저하 없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도록 신기술·신공법이 나온다는 얘기다.
백창석 삼성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최근 한 보고서에서“기업들이 데카르트마케팅을 잘 활용하려면 제품브랜드 속성과 부합하는 디자인, 디자인의 대중성과 실용성, 디자이너 확보 등이 중요하다”면서 “예술과 상품이 만나 엄청난 시너지를 내는 것처럼 경계를 넘는 발상의 전환이 기업 경영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2007.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