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나 소식
명화’가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백화점 가전에서 일상용품까지 광범위하게 사용
소비자 문화적 충족 얻고, 제품은 이미지 상승 효과
주부 김진순(35)씨는 고흐의 작품으로 포장된 고급 비누로 손을 씻고, 화려한 문양과 디자인이 접목된 냉장고에서 과일을 꺼내, 김중만 사진작가의 작품이 그려진 접시에 담아낸다. 또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이 그려진 팩트로 화장을 하고 신세계 백화점 본점에 가서 유명예술품을 감상한다.
김씨의 일상처럼 유명작가의 작품이 실생활속에 깊숙이 파고 들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기업들이 각종 제품에 명화를 접목한 신제품들을 잇달아 출시해 이제는 유명작가의 작품을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어떤 제품 있나 = 애경은 최근 프리미엄 브랜드인 ‘케라시스’에서 고급 비누를 출시했다. ‘케라시스 비누’는 최고급 향수향을 적용한 프리미엄 비누에 걸맞게 제품 디자인에 구스타프 클림트의 ‘여자 친구들’ ‘부채를 든 여인’, 반 고흐의 명화 ‘아이리스’ 등 유명화가의 작품을 활용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비누 각각에 화가의 작품을 디자인하고, 4개를 한 상자에 넣은 아웃케이스를 명화를 담은 액자로 표현했다.
예술작품을 접목한 화장품도 있다. 코리아나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기다림’ ‘처녀들’을 인쇄한 팩트를 선보였으며, 제니스웰 브랜드에 극사실화 작가인 이사라씨의 작품을 제품 패키지에 표현했다.
해태제과는 주력제품 중 하나인 ‘오예스’를 명품 오예스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수분함량을 기존 12%에서 19%로 높여 부드럽고 촉촉한 맛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生 오예스’라고 표기하고, 제품 속에는 국내 유명화가의 명화엽서를 동봉함으로써 고객에게 맛과 꿈이 어우러지는 문화상품화 하고 있다.
최근 이들 아티젠들을 겨냥한 아트 마케팅은 기업홍보와 상품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에 있는 생활용품 편집매장 ‘티오도’는 예술형 상품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지난 4월엔 팝 아티스트 앤디워홀의 작품이 프린트된 손목시계를 내놓아 인기몰이했다.
앤디워홀 팝 컬렉션이라 불리는 이 시계는 총 12종 30개가 선보였지만 순식간에 동이 났고, 6월에 추가 수입한 제품(30개)도 벌써 절반이나 팔려나갔다.
이 매장이 유명해진 것은 사실 클림트의 ‘키스’가 그려진 도자기 때문.
이 매장에선 지금도 명화가 새겨진 접시를 비롯해 10여종의 예술작품 같은 도자기를 취급하고 있다. 최고 150만원 하는 비싼 가격표를 붙였지만 상반기에만 매출이 35% 이상 늘었다. 조만간 스탠드 제품을 추가하고 시계 디자인 등도 신규 도입한다는 게 신세계 방침이다.
롯데백화점 본점에선 지난 5월 밀레의 이삭줍기가 그려진 풍년 압력밥솥으로 짭짤한 재미를 봤다. 이 밥솥 매출은 월평균 3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전체 밥솥 매출의 25%가 풍년 압력밥솥 몫이다.
홈데코 상품을 판매하는 ‘더뮤지엄’ 매장에선 클림트의 ‘키스’ 시계, 고흐 ‘해바라기’ 접시, 르누아르 ‘봄의 꽃다발’ 도자기 등이 인기상품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더뮤지엄의 경우 상반기 매출이 전년보다 7% 이상 늘었다.
올해 초 명화들을 주된 소재로 삼아 화제가 된 LG그룹의 광고는 고흐의 ‘밤의 카페’,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르누아르의 ‘세느강의 보트놀이’, 드가의 ‘발레교실’ 등을 영상과 지면광고에 사용했다.
이 광고들은 널리 알려져 있으면서도 고급스런 분위기를 자아내는 명화들의 각 화면 속에 LG 브랜드를 삽입하여, 대중에 한층 더 친숙하게 자사의 고급스런 이미지를 홍보했다.
◆왜 명화가 생활속으로 = 올 2월 개관한 신세계 본관은 리노베이션 공사를 통해 350억 상당의 미술작품을 수집, 전시해 화제가 됐다. 대한항공과 LG그룹 등 기업이미지 광고의 소재로 까지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기술(Teck)과 예술(Art)이 결합되었다고 해서 일명 ‘데카르트 마케팅(Teckart)’이라 불리며, 우리의 일상생활에 깊이 파고들고 있다.
일반인에게 익히 알려진 유명작가의 작품이 제품디자인에 반영됨으로써 소비자들은 예술에 대한 문화적 충족을 얻고, 제품은 이미지 상승효과를 얻게 된다.
소품 하나라도 디자인을 중시하는 소비경향도 한 몫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명화가 접목된 디자인은 브랜드의 고급스런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비누 패키지 디자인에 명화를 접목한 김태정 애경 마케팅팀 대리는 “고급원료와 향을 적용한 비누를 개발하며 프리미엄 이미지를 주고자 명화를 디자인에 접목했는데, 소비자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소비자는 구스타프 클림트를 좋아한다 = 재미있는 현상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이 유독 많이 눈에 띈다는 것.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건물 측면에는 유명화가의 작품을 설치했다. 개관과 동시에 설치한 작품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이었고, 애경이 선보인 케라시스비누 3종 중 2종이 구스타프 클림트의 ‘여자 친구들’ ‘부채를 든 여인’이다. 코리아나의 팩트에 사용된 작품도 마찬가지다.
박상희 애경 디자인센터 과장은 “구스타프 클림트 작품에 사용된 색채가 고혹적이고 매력적으로 다가와 우리나라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선호한다“고 말했다.
2007.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