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나 소식
[문화가] 보는 즐거움 넘어 오감 자극
"쉘위스웰?"전에 참가한 이혜림의 "오브세션/영원한 사랑"
메케한 매연, 자동차 경고음 등 잿빛 세상에 익숙한 도시인들에게 오감을 자극하는 전시가 화제다. ‘어둠속의 대화’와 ‘쉘위스멜?’전이 그 주인공들. 이들 전시는 보고 감상하는 데 익숙한 관객들에게 보다 다양한 체험공간을 마련하고 돌아서 나올 때면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어둠속의 대화’는 이번이 두 번째 전시일 만큼 인기다. 왜 어둠속의 대화일까는 직접 체험해보면 알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말 그대로 뵈는 게 없다. 칠흙 같은 어둠만이 존재한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 더 큰 세상이 있다. 때로는 촉촉한 바위를 만지기도 하고 대형마트의 청과물 코너를 지나기도 한다. 도로를 지나 카페에 들어서면 음료도 주문할 수 있다. 이때 순수하게 촉감만으로 천원권과 만원권을 구별하는 바텐더를 마주하고 나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어둠속의 대화는 단순히 시각 장애인들의 처우를 개선하라는 주장을 담은 정치적 퍼포먼스가 아니다. 헬렌 켈러가 열병을 앓고 난 이후 시력을 잃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기념비적인 발명품을 만들어냈듯 상상력의 산물은 영상 같은 시각이미지에서만 얻는 것이 아님을 역설적으로 알려준다.
독일의 안드레아스 하이네케 박사가 기획해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이 전시회는 그래서 창조경영이 화두가 되고 있는 BMW 등 대기업의 사원 연수 프로그램에도 자주 활용된다. 따라서 다시 빛의 세계로 나왔을 때는 볼 수 있다는 안도감보다 둔감했던 나머지 감각들을 어떻게 더 발전시킬 수 있을까가 더욱 고민스럽게 다가온다.
코리아나미술관 스페이스 씨에서 열리고 있는 ‘쉘위스멜?’전은 다행히(?) ‘어둠속의 대화’와 달리 작품을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범상치 않다. 리경, 손정은, 유현미 등 신진 혹은 중견 작가 10명이 내놓은 작품들의 주제는 바로 ‘냄새’다. 전시관 초입에 있는 유현미의 향기 ‘카오스’의 시적표현을 볼 때만 해도 ‘냄새’는 소위 ‘향기’로 대체해도 좋겠다 싶다. 향수병에서 은은히 풍겨나오는 향기를 시각화한 데다 코리아나화장품 소속 조향사가 특별히 제조한 독특한 향이 미술관 가득 감싸 돌고 있어 보는 즐거움을 넘어 맡는 즐거움까지 만끽할 수 있기 때문. 강은수의 ‘후-래링시안’, 김세진의 설치미술에서는 듣는 즐거움도 확인할 수 있다.
비누로 관을 만든 김진란의 ‘Memorial Object’를 보다보면 보다 진중해진다. ‘향기나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만큼 열심히 살았을까란 자기 반성에서부터 향기마저도 결국 잊혀질 존재란 철학적인 결론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손정은의 ‘외설적인 사랑’은 보다 ‘냄새’와 ‘향기’의 경계를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작품. 북어와 장미. 언뜻 조화롭지 않을 듯싶은 두 조합이 풍기는 여성의 이중성은 곧 인간의 이중성과도 묘한 대비를 이룬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같은 건물에 있는 화장박물관의 ‘향, 오감만족’전을 두루 둘러볼 것을 권한다. 단순히 전시물을 관람하는 것을 넘어 직접 전통 향첩을 만들어보며 만지고 맡아보는 체험은 물론 직접 만든 전통차를 마셔보는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기 때문.
2007.10.10